어린이날, 아이에게 선물보다 더 필요한 것
어린이날이 가까워지면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선물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무엇을 사줄까, 아이가 요즘 뭘 좋아하더라. 저도 늘 그랬어요. 캐릭터 인형, 학용품, 그 시절 유행하던 장난감들이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어린이날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원한 건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남편이 일본으로 6개월 출장을 떠나 있었습니다. 남편은 함께 있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나 학용품등을 자주 보내줬었고,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5월이 되었고,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닌텐도 게임기를 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아이들 사이에서 게임기가 한창 유행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아빠랑 같이 공원에서 놀고 싶어."
예전에 배드민턴을 치고 자전거를 타던 그 시간을 다시 보내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게임기나 선물 보다도 온전한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이 있는 시간이 그립다는 거였습니다. 아이의 마음은 고려 해 보지도 않았다는 생각에 약간의 충격과 미안함이 몰려왔습니다.
결국 남편이 일정을 앞당겨 어린이날에 맞춰 돌아왔고, 우리는 하루 종일 우리가족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별한 계획도 없었고, 대단한 장소에 간 것도 아니었는데, 그날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장난감의 기쁨, 시간의 기억
아이들은 선물을 받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설렘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아요. 금세 다른 것에 눈길이 가고, 처음의 그 기쁨은 조용히 식어가죠.
반면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은 조금 다릅니다. 공원에서 뛰어놀던 날, 별것 아닌 것에 함께 웃었던 순간,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던 그 시간들은 의외로 오래 아이 마음속에 머뭅니다.
특히 초등 시기에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시간을 냈다"는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 큰 의미가 된다는 것이죠.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린이날이라고 꼭 테마파크나 비싼 선물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가까운 공원을 천천히 걷는 것도 좋고, 아이가 고른 메뉴로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해주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있어 주느냐입니다.
그날 하루만큼은 부모의 계획이 아닌 아이의 선택으로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에게 한 번 물어봐 주세요.
"오늘 뭐 하고 싶어?"
이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큰 말이 됩니다.
이번 어린이날, 시간을 선물해 보세요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와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할 일 목록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 곁에 온전히 있어 주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옆에 함께 있어 주는 부모의 시간, 그것 하나로도 충분한 어린이날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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