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서술형 쓰는 법, 답만 쓰던 아이가 달라진 방법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오던 날, 저는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엄마, 나 다 맞은 것 같아!" 하고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오던 아이였으니까요. 그런데 3일 만에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100점인 줄 알았는데 92점이 된 날
우리 큰아이는 수학을 꽤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수학만큼은 늘 믿음직했고, 저도 그 부분만큼은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중1 자율학기제라 1학기에는 정식 시험이 없는 학교가 많은데, 우리 아이 학교 수학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단원평가와 쪽지시험을 수시로 보시더니 1학기 막바지에 서술형이 대거 포함된 20문제짜리 시험을 3일 전에 예고하고 치르셨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선생님이 칠판에 정답을 써주셨는데, 아이가 하나하나 맞춰보고는 전부 맞았다며 엄청나게 기뻐했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신이 났고, 저도 잘했다고 한껏 칭찬해줬습니다.
그런데 3일 뒤, 채점된 시험지를 돌려받고 온 날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왔습니다. 92점이라고. 답은 전부 맞았는데 서술형과 풀이 과정에서 감점이 됐다는 겁니다.
시험지를 펼쳐보고 나서야
저도 바로 시험지를 들여다봤습니다. 보고 나니 왜 그렇게 됐는지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는 문제를 받자마자 머릿속으로 먼저 계산을 끝낸 뒤, 시험지 여백에 각 단계의 값만 적어두고 마지막 답을 써넣는 방식으로 풀었던 겁니다. 특히 마지막 세 문제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 식을 세우게 됐는지 설명을 쓰고 계산식까지 쓰시오"라고 아주 명확하게 제시하셨는데도, 아이는 ①, ②, ③ 이렇게 숫자만 나열해놓고 답을 냈습니다.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요.
아이가 다 알고 있었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게 더 속상했습니다. 100점짜리 실력인데 92점이 된 것이니까요.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릅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한 가지를 새로 알게 됐습니다. 수학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그 풀이를 글로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머릿속 계산이 빠른 아이일수록 이 과정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답이 이미 보이는데 굳이 과정을 다 써야 하나 싶은 거죠. 그런데 서술형은 그 과정이 곧 점수입니다. 답이 맞아도 과정이 없으면 감점이 됩니다. 요즘 중학교 수학 시험이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요.
여름방학에 문제집 한 권을 샀습니다
마침 수학 선생님이 여름방학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1학기 단원별로 서술형 문제를 5개씩 풀이까지 완성해서 제출하는 과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열정 있는 좋은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서술형 문제집을 한 권 골랐습니다. 무더운 여름방학 내내, 에어컨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이 풀었습니다. 아이가 "엄마, 이거 다 아는 건데" 할 때마다 "아는 걸 보여주는 연습이야"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식을 세운 이유를 문장으로 쓰는 것 자체를 어색해했습니다. 당연한 걸 왜 써야 하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했습니다. 풀이 단계를 번호 붙여서 쓰는 것, 계산식을 빠짐없이 적는 것, 문제에서 요구한 조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습관이 되니 달라졌습니다.
처음부터 긴 문장으로 쓰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무엇을 구하는 문제인지” 한 줄로 적게 했고, 그다음 “왜 이 식을 세웠는지” 짧게 설명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에서 사용한 양을 빼면 남은 양을 알 수 있으므로’처럼 식 앞에 이유를 붙이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답에 단위를 붙이고, 계산식이 한 줄씩 이어지는지 확인했습니다.
이후 수학만큼은 늘 자신 있게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여름방학 이후로 아이의 수학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가지고 있던 실력이 답안지 위에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거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이후 수학 시험에서는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서술형이 어렵다는 건, 대부분 쓰는 연습을 안 해봤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요.
혹시 지금 아이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번 방학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 문제집 한 권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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