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중학교 수행평가 일정
첫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처음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어설프고 실수도 많지만 그만큼 열정적으로 챙기게 되고,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둘째부터는 한결 노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큰아이의 중학교 첫 기말고사 때가 딱 그랬습니다.
기말고사를 2~3주 앞두고부터 학교에서 숙제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수행평가라고는 했지만 평소에도 과목별로 조금씩 나오는 숙제 같은 것이라, 야무진 아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수행평가 점수가 기말고사 성적의 30~40%를 차지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수행평가인지 숙제인지, 구분조차 못 했습니다
수학은 서술형 문제 풀어오기, 과학은 실험 참여 태도와 보고서였습니다. 아이는 둘 다 자신 있어했고 저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어였습니다. 일주일 안에 책 한 권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독후감을 써오는 과제였는데, 아이가 미루고 미루다 제출 전날이 되었는데도 책을 절반도 읽지 않은 상태였던 겁니다. 거기다 내일까지 완성해서 가야 하는 미술 포스터도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부터 폭풍잔소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주방 정리는 미뤄두고 포스터 밑그림부터 그리게 시켰습니다. 색칠은 제가 맡았습니다. 아이는 그 사이에 책 마무리를 하면서 독후감을 썼고, 중간중간 그림 수정을 지시하면서(?) 저는 딸이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색칠을 해나갔습니다.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국어와 미술, 둘 다 겨우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한은 맞췄지만, 점수는 달랐습니다
제출 기한은 겨우 맞췄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급하게 완성한 포스터와 독후감에는 완성하는거에 급급한 나머지 선생님이 제시했던 조건들이 몇가지 빠지면서 감점이 있었고, 지필고사를 다 맞았는데도 두 과목 모두 100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그 성적표를 받아들고서야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수행평가 관리표를 만들면 아이도 덜 흔들립니다
그 다음 학기부터는 기말고사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와 수행평가 목록부터 함께 정리했습니다. 거창한 표가 필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과목, 수행평가 주제, 제출일, 준비물, 감점 조건, 반영 비율 정도만 적어두어도 충분했습니다.
국어는 독후감 제출, 사회는 발표 자료 만들기, 과학은 실험 보고서, 미술은 작품 완성처럼 과목별로 한 줄씩 정리해두니 남은 과제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도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스스로 파악하기 쉬워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놓친 부분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날 새벽 제가 색칠을 대신해준 건, 도움이 아니라 그 순간을 모면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완성만 해갔을 뿐, 아이에게는 의미가 없는 평가과정이었을 겁니다. 수행평가를 대신 완성해 주면 당장은 편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는 힘을 기르기는 어렵습니다. 마감일을 같이 확인하고, 준비물을 챙겼는지 묻고, 제출 조건을 다시 읽어보게 하는 것. 그 정도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적당한 선입니다.
시험 공부와 수행평가, 순서를 함께 잡아야 합니다
기말고사 기간에는 아이도 마음이 급합니다. 문제집도 풀어야 하고, 암기도 해야 하고, 학원 숙제까지 밀리는 상황에서 수행평가까지 갑자기 끼어들면 쉽게 지칩니다. 그래서 수행평가는 시험 직전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미리 일정 안에 넣어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마감이 빠른 과제는 먼저 끝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는 하루에 조금씩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포스터나 발표 자료처럼 완성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주말에 큰 틀을 잡고 평일에는 수정만 하는 식으로, 독후감이나 보고서는 책 읽기, 내용 정리, 초안 쓰기, 수정하기로 단계를 나눠 진행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기말고사 공부가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행평가를 놓치면 시험을 잘 봐도 최종 성적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중학교 초반에는 아이도 부모도 평가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두 번은 시행착오를 겪기 쉽습니다. 저도 첫아이 때는 그 과정을 제대로 몰라서 함께 허둥댔으니까요.
하지만 그 새벽 이후로는 기말고사 전에 반드시 수행평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아이의 부담도 줄이고, 성적 관리에도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중학생 기말고사 준비는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남은 수행평가의 주제, 기한, 감점 조건, 반영 비율을 먼저 확인하는 것, 그것이 중학교 성적 관리의 진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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